보상선수 김승회, 롯데와 SK가 그를 선택한 이유




FA를 통해 자이언츠의 유니폼을 입게 된 윤길현. 그리고 그의 보상 선수로 SK로부터 지명받은 선수는 투수 김승회였습니다. 2012년 겨울, 홍성흔이 FA 자격을 통해 두산으로 떠난 후 보상 선수로 지명받으며 자이언츠의 옷을 입게 되었던 김승회는, 3년 만에 다시 FA 보상 선수로 팀 유니폼을 바꿔 입는 얄궂은 운명을 겪게 되었습니다.


SK는 하루 전인 6일 LG로부터 정상호의 보상 선수로 1루수 최승준을 선택한 상태였습니다. 그리고 자이언츠의 20인 보호 선수 중에 2명 정도의 즉전감이 풀렸다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그래서 김승회가 지명당할 가능성이 높겠다는 생각이 들었었는데요. SK는 어김없이 김승회를 선택했습니다.



[자이언츠 김승회의 기록]


2013년 53경기 73.0이닝 ERA 5.30 FIP 4.25


보상 선수로 지명을 받은 후 첫 시즌. 당시 부임 첫해를 맡았던 김시진 감독의 눈에 들어 애니콜(Anycall) 당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미 시즌초부터 엄청난 혹사 페이스에 접어든 김승회는 결국 여름이 되자 탈이 나기 시작했고, 급속도로 기록이 나빠졌습니다. 5.30이라는 평균자책점이 초라하지만, 리그를 전체적으로 봤을 때 김승회가 못 던졌다기보단 팀에서 관리를 소홀하게 해준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마치 올해의 권혁 같은 느낌이었죠.


2014년 54경기 56.0이닝 ERA 3.05 FIP 4.48


2013년 팀의 마무리를 맡으며 31세이브를 기록했던 김성배가 2014 시즌 초부터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그러자 김시진 감독은 필승조였던 김승회의 보직을 마무리로 바꿉니다. 전년도에 어마어마하게 굴렀지만, 마무리로 보직이 바뀌면서 강제적으로 관리를 받았던 김승회. 그래서일까요? 좋은 모습을 보이며 3.05라는 평균자책점과 함께 20세이브를 기록합니다. 그가 기록했던 블론세이브는 단 세 개. 87%의 세이브 확률을 기록하며 팀의 큰 축이 되었습니다. 


스탯티즈 기준 2014년 김승회는 삼성의 안지만과 동등한 WAR인 2.64를 기록하며 리그 4위, WPA는 1.35를 기록하며 넥센 한현희, 삼성 안지만에 이어 리그 3위에 올랐습니다. 프로생활 통틀어 커리어 하이라고 불릴만한 해였습니다. 투수입장에선 최악의 타고투저 시즌이었는데, 투수 김승회의 성적은 본인 커리어중 최고였으니 그야말로 빛이 났던 1년입니다.


2015년 39경기 75.0이닝 ERA 6.24 FIP 6.14


시즌 초 시범경기까지 마무리와 5선발 사이에서 제대로 된 보직을 확정받지 못 했던 김승회. 시즌이 들어와선 지난해와 동일하게 마무리로 등판했지만. 스프링캠프에서의 훈련이 미비했는지 블론세이브를 허용하기 시작합니다. 결국 시즌이 끝날 때까지 여러 보직을 전전하며 지난해와 대비되는 최악의 시즌을 보내게 되는데, '롯데시네마'라 불리며 리그 10위를 기록했던 롯데 불펜진 문제도 여기부터 시작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후 2군에 갔다가 다시 올라와서 선발로테이션에 합류하여 괜찮은 모습을 보였지만 많은 이닝을 던지지 못하는 모습과 손톱이 들리는 문제까지 겹쳐 다시 불펜으로 보직이 변경되어야 했습니다. 



[롯데는 왜?]


김승회가 풀린 것에 대해 의아해하는 팬들이 많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분명 지난 몇 년간 팀의 필승조 역할을 했던 선수였기에 의문스러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2016 시즌 김승회의 역할은 애매했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윤길현, 손승락이 영입되었고 진명호가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정대현, 홍성민, 이성민 같은 기존의 선수도 여전히 버티고 있으며, 좌완 투수인 이명우나 강영식도 1군에 필요합니다. 


그렇다면 선발은 어떨까요. 선발도 빡빡합니다. 린드블럼, 레일리는 재계약을 마쳤고, 송승준이 잔류했으며 고원준이 군 복무를 마치고 합류한 상태에서 5선발로는 박세웅을 키울 필요가 있었습니다. 결국 선발-불펜에서 김승회의 자리가 애매한 상황이었습니다.


(선발) 린드블럼 - 레일리 - 고원준 - 송승준 - 박세웅 (5명)

(불펜) 진명호 - 이명우(or 강영식) - 홍성민 - 이성민 - 정대현 - 윤길현 - 손승락 (7명)


하지만 분명 이렇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다른 선수들이 꾸준하게 잘 던져줄 거라는 보장도 없는데, 김승회는 지키는 게 맞지 않느냐? 


그러나 김승회를 풀었을 가장 큰 이유가 있는데, 내년 시즌이 끝나면 김승회가 FA 신분이 된다는 것. 중요한 부분입니다. 


김승회는 올해 정규 시즌 7년 차를 마쳤고, 대졸 선수이기 때문에 내년 시즌에서 정규 등록일수를 채운다면 8년 차가 되어 FA 자격을 획득합니다. 1981년생인 김승회는 내년에 만 35세가 되고, FA 계약을 맺게 되면 36세 이후의 계약이 되는데, 팀 입장에선 다년 계약을 제시하기에 부담이 큽니다. 타팀에서도 김승회를 데려간다는 보장이 없고요. 이런 상황이 김승회를 보호명단에서 풀게 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SK는 왜?]


김승회는 두산과 롯데에서 선수 생활을 하며 다양한 보직을 맡은 선수입니다. 선발, 중간 계투, 스윙맨, 셋업맨, 마무리까지 투수가 맡을 수 있는 모든 포지션을 맡았습니다. 정우람, 윤길현을 빼앗긴 SK 입장에선 불펜의 선수층을 채울 즉전감이 필요했습니다. 


롯데는 타팀에 비해 선수층이 두텁지 않아 즉전감과 유망주를 골고루 묶을 수 있었고, SK의 입장에선 고를 수 있는 선택지가 많이 없었을겁니다. 비록 FA까지 1년밖에 남지 않은 김승회지만, (롯데가 다 묶어버리고 남은) 유망주보단 SK의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 있는 즉전감이 필요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2015 정우람 69경기 70.0이닝 (팀내 이닝 8위)

2015 윤길현 70경기 62.2이닝 (팀내 이닝 10위)



[어떤 선수가 묶였을까?]


기사를 통해 나오는 소리가 롯데 자이언츠는 유망주 투수를 많이 묶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아마 안태경, 김원중, 조현우 같은 선수들이 묶이지 않았을까 싶은데요. 특히 안태경과 김원중은 훗날 송승준의 자리를 차지하게 만들어야 하는 선수라서 거의 100%의 확률로 묶였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저에게 20명을 묶어라라고 했다면 이렇게 묶었을 것 같습니다.


(야수) 강민호, 안중열, 정훈, 황재균, 오승택, 손아섭, 김문호, 최준석, 오윤석 (9명)

(투수) 박세웅, 홍성민, 이성민, 정대현, 이명우, 강영식, 김원중, 안태경, 조현우, 구승민, 이인복 (11명)


다행히도 고원준과 진명호를 시즌 말미에 등록하지 않았기 때문에 유망주를 묶을 수 있는 자리가 2개나 더 생겼습니다. 당연히 안 묶는 거지만 묶을 뻔했다는 게 이번 시즌 얼마나 팀이 이상하게 돌아갔는지 방증하는 장면이 아닌가 싶고요. 이걸 기뻐한다는 게 참..


어쨌거나 전 그 두 자리에 구승민과 이인복을 넣었습니다. 아마 이 두 자리는 상대팀의 상황에 따라 유동적이지 않을까 싶은데, 기사를 통해 투수 유망주를 많이 묶었다고 하니 이 두 선수가 들어가지 않았을까 상상을 해봅니다. 상황에 따라 팀에서 크게 보고 있을 김재유 같은 야수 유망주도 묶였을 수 있다고 보지만, SK의 외야를 생각했을 때 굳이 외야 유망주를 데려갈 이유는 없지 않을까 해서 넣지 않았습니다.



이제 며칠 뒤 한화로부터 심수창에 대한 보상 선수 1인을 데려오고, 며칠 더 지나서 넥센에게 손승락에 대한 보상 선수 1인을 내줘야 합니다. 그땐 어떤 선수가 오고 갈지 궁금한데요. 스토브리그의 마지막 보상 선수 픽. 1주일 뒤면 최종 결과를 알 수 있습니다.




[글을 마무리하며]


개인적으로 애틋한 마음이 드는 선수입니다. 사실 보상 선수라는 게 소속 팀으로부터 선택받지 못한 입장인데, 그렇게 팀을 떠나와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는 게 고마웠습니다. 특히 2013년 감독의 애니콜에 끝도없이 나와 전력을 다해 공을 뿌리던 그 모습 잊지 못할겁니다.


다시 한번 팀을 떠나게 되는 과정이 FA가 아니라 보상 선수라는 게 씁쓸하네요. 하지만 내년에 팀 상황상 기회를 많이 얻지 못할 수도 있는 상황이기에 FA를 준비하는 입장에선 더 나은 이적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리고 두 번 보상 선수로 이적했다는 건 반대로 생각했을 때 두 번이나 필요한 존재로 뽑혔다는 뜻이니까요. 아마 우리가 몰라서 그렇지 풀렸는데도 선택조차 받지 못한 선수가 더 많을 겁니다.


아무쪼록 SK에선 좋은 모습 보여서 다가오는 FA 때 대박 쳤으면 하는 마음이네요.




브르르르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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