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회코치, 롯데자이언츠의 결정이 반가웠던 이유



롯데 자이언츠는 3월 2일 구단 SNS를 통해 김민호 전 수석코치와 은퇴한 투수 나승현을 롯데자이언츠 순회코치로 임명했다 발표했습니다. '순회코치'는 새로 생긴 보직입니다. 롯데 자이언츠는 부산광역시 교육청과 함께 부산지역 전체 초등학교에 티볼 장비를 보급하고 티볼 관련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는데, 두 코치가 그 프로그램을 현장에서 지도하는 코치로 임명받은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티볼이 아니라 정통 야구를 배우는 부산 지역의 아마 야구 팀 선수와 지도자에게도 기술 지도를 하는 임무를 부여받았다고 합니다.

 

장소를 특정짓지 않고, 부산 권역을 '순회'하면서 코치직을 수행하는 자리라서 '순회코치'라 명명한 듯 합니다.

 

 

 

사직이나 상동에 코치가 충원되어 팀 전력을 직접적으로 키울 수 있는 선택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결정이 큰 의미를 갖는 건 프로야구팀의 존재 목적인 야구 저변 발전과 사회환원에 모두 목적을 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많은 인원, 장비가 필요한 야구와 달리 티볼은 투수와 포수도 필요 없고 티볼 장비만 있으면 손쉽게 즐길 수 있습니다. 우리가 과거 즐겼던 '손야구'처럼 타석에 타자 한 명만 있으면 됩니다. 생활체육으로의 잠재력을 갖고 있는 스포츠를 프로구단이 지원한다는건 사회환원적 의미가 있습니다.

 

야구는 축구와 비교했을 때 제약조건이 많아 아이들에게 큰 사랑을 받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공 하나만 있으면 할 수 있는 축구와 달리, 야구는 글러브 배트는 물론이고 사람도 많이 필요합니다. 이를 극복시켜줄 수 있는 게 바로 티볼입니다. 티볼 장비만 있으면 투수도 포수도 필요없고 글러브를 살 필요도 없습니다. 볼만 주야장천 던지는 투수때문에 시간이 지연될 일도 없습니다.

 

어릴 때부터 티볼을 치며 느끼는 재미는 훗날 본인이 야구를 하지 않더라도 야구에 대한 사랑으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이는 프로야구와 자이언츠에게 긍정적인 영향으로 돌아올 수 있겠죠. 잠재적 팬을 늘려나간다는 건 좋은 일이니까요. 또한 티볼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재능 있는 친구를 발견할 수도 있습니다. 티볼에서 시작해 리틀야구로 넘어가서 엘리트 코스를 밟아 프로야구 선수가 될 수도 있는 일이죠.

 

 

 

사실 제가 이번 결정을 보며 개인적으로 기뻤던 이유가 있습니다. 2014년 겨울, 당시 CCTV 후폭풍으로 쓰나미를 겪고 있던 롯데 자이언츠는 구단 신입사원을 뽑는다는 공지를 했었는데요. 그때 구단이 원했던 주제가 롯데 자이언츠에게 필요한 수익사업이 무엇인가?였습니다.

 

저는 스포츠 마케팅 전공도 아니고, 선출도 아니라 구단 직원이 될 가능성은 없었지만 그래도 공지를 보니까 이게 되던 안되던 지원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구단 직원을 마주 보고 직접 내 생각을 말해주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고. 쉽게 경험할 수 없는 것이라 안하면 후회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고. 그래서 평소 야구단에 갖고 있던 생각들을 모아 하루 만에 부랴부랴 자료로 만들어 PPT로 제출했었습니다.

 

며칠 뒤 최종 면접을 볼 20인에 뽑혔다는 연락이 왔고, 저는 야구 관람을 하러 갔던 사직야구장에 PT를 하러 가게 되었습니다. 한 겨울 야구장에 가서 텅 빈 야구장도 돌아보고 기자석에도 앉아보고 지금 생각하면 재밌는 경험이었네요. 그날 구단 직원 앞에서 제가 준비한 PT를 했었는데요. 그때 발표한 여러 가지 내용 중 하나가 바로 이 티볼 사업이었습니다.

 

 

 

 

 

당시 발표했던 자료인데요. 사실 그 자리에서 면접관으로 있던 구단직원에게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지적받았던 내용이기도 합니다. 근데 지금 이게 이뤄졌네요. 씁쓸하다 해야하나.. 좋다 해야하나..

 

 

이번 자이언츠의 티볼 사업이 제가 생각했던 모습과 많은 부분 일치해서 좋았습니다. 부산광역시 교육청과 연계해서 생활체육으로 보급되는 점, 그리고 구단 선수의 은퇴(나승현) 후 재능을 살린다는 점, 구단의 이미지 재고가 가능하다는 점이 당장 이뤄진 것들이고, 저는 이 티볼 사업이 조금 더 장기적으로 유지가 가능하다면 태권도 도장이나 아기스포츠단, 유소년 축구교실처럼 생활체육과 연계된 구단의 수익사업으로 발전 가능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이건 뭐 지금 판단할게 아니라 한 20년 뒤에 어떻게 되어있는지 보면 될 일이겠죠.

 

 

저는 최근 자이언츠의 행보를 보며 기존의 보수적인 사고관에서 많이 벗어나려 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아마 다른 분들도 비슷한 생각이지 않을까 싶은데요. 이번 순회코치 임명과 티볼 프로젝트뿐만 아니라 그동안 묵혀있던 문제점을 다각도로 풀어나가려는 노력에 박수를 보냅니다.

 

아직도 프로야구를 발전시키기 위해 그리고 구단의 발전을 위해 많은 것들이 필요합니다. 구단의 성적뿐만 아니라 시설 개선, 구단 수익사업의 개발, 사회환원사업, 선수들의 처우 개선과 더 나아가 구단 안에서 노력하고 있는 직원들에 대한 지원까지 여러 가지 해야 할 일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시즌 성적뿐만 아니라 이런 여러 가지 개선해야 할 점을 어떻게 변화시켜갈지 지켜보는 것도 하나의 재미가 아닐까 싶네요.

 


브르르르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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